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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지영 개인전] 빛과 숨의 온도(Glow Breath Warmth), 2020년 12월 28일(월)~2021년 2월 10일(수), 웨스
    전시 Exhibition 2021. 1. 5. 11:19

    김지영 개인전

    빛과 숨의 온도 Glow Breath Warmth

    2020년 12월 28일(월)~2021년 2월 10일(수)

    웨스



    푸르게 비친 빛, 붉게 물든 시간의 빛

    글: 최희승

     

    반사된 빛과 배면에 자리한 것들

    이 글에서 김지영을 빛을 다루는 작가로 부르고자 한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김지영은 자신의 작품 속에서 빛이 직접적으로 닿아 밝고 선명하게 보이는 부분이 아닌, 어두운 면으로부터 반사된 빛(reflected light)이 비추는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끈질기게 다루는 작가이다. 이러한 간접적인 빛들은 그것이 자연적인 것이든, 인공적인 것이든 본질적으로 서늘한 성질을 띠며, 응달의 빛이라는 본성과 맞물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것들에 잘 달라붙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동안의 작업에서 김지영은 한국 근현대사에서 일어난 무분별한 개발의 뒤편에서 벌어진 사회적인 재난과 그로 인해 희생당한 사람들을 다룸으로써 작품을 보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비극을 결코 잊지도, 되풀이하지도 말자는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김지영은 대부분의 경우 자신의 작업을 “사회적인 사건의 배면에 위치한 구조적 문제와 그 사건이 돌출된 양상을 통해 개인과 사회적 사건이 맺는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라고 명확하게 소개하고 있다.[1] 새삼 배면의 의미를 살펴보자면 사물의 등 쪽 혹은 뒤쪽, 즉 정면과 맞닿아 있지만 반대편에 위치한 면을 말하는데, 아주 약간의 각도로도 가려지기 쉬운 곳이자 정면이 설정된다면 필연적으로 생기는 부수적인 부분으로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배면에 대한 김지영의 주목이 앞서 언급한 반사된 빛이 비추는 면과 유사하게 들리는 것은 결코 어색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그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미치지 않는 부분을 바라보고 마치 액티비스트와 같은 태도로 미술의 언어로 발언해야 하는 부분을

    빛을 다룸에 있어 김지영은 어둠을 통해 더 강한 빛을 역설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의 최근작인 <이 짙은 어둠을 보라>(2019)는 기도하듯 맞잡은 두 손의 다양한 모습을 초로 만든 조각 작품이다. 60여 개의 군집을 이루는 초의 끝에는 타다 남은 심지가 까맣게 매달려 있는데, 불을 거둬낸 이후의 어둠을 은유하면서 동시에 그곳에서 타고 있었을 촛불을 떠오르게 만든다. ‘이 짙은 어둠을 보라’고 말하면서도 거대한 빛의 열기와 덩어리를 보는 사람에게 상상하게 함으로써 더욱 효과적인 밝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김지영이 다루는 빛에 대하여 그의 지속적인 주제인 빛의 이면에 위치한 성질과 작품에서 직접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요소로서의 두 가지 의미를 모두 포함해 살펴볼 수 있다.



    대면하는 온기와 열감

    그런데 사회 속 우리의 일상에서 어둠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것들을 미술로서 보이게 한다고 말한다면 김지영의 작업이 매우 단순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이에 대해 직접적 재현이 아닌 우회하는 재현의 방식을 택함으로써 관람객이 작품의 의미를 스스로 감각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2] 예를 들어 <닫힌 창 너머의 바람>(2017-2018)은 195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국내의 화재, 붕괴, 침몰 등 32개의 재난들을 다룬 신문 기사를 현재시점으로 재편집하여 책으로 엮은 것이다. 각 사건의 왼편 첫머리에는 해당 사건이 발생한 날짜와 당일의 일기예보 한 줄이 나타나고, 오른편 기사에는 참사의 규모와 사망자 수가 육하원칙에 따라 서술된다. 평소와 다름없는 일기예보의 태연자약함과 사건의 끔찍함을 건조체로 알리는 기사의 나란함은 순간적인 온도의 간극을 만들어내며 심리적 낙차로 보는 이에게 작용하게 된다.[3]

    김지영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신작 <붉은 시간>(2020)은 다양한 측면에서 그의 태도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작품이다. <붉은 시간>은 12점의 시리즈로 이루어진 회화 작업인데, 작가는 흔들리는 촛불의 여러 가지 모습을 80호부터 200호까지 다양한 크기의 캔버스에 유화로 그렸다. 각각의 화면에는 촛불의 머리 부분이 확대되어 있기에 한눈에 형태를 파악할 수 없지만 해가 지고 뜰 무렵의 하늘의 빛을 떠올리게 하는 붉은 색감과 화면을 가득 채운 무수한 터치들이 만들어낸 적색의 그러데이션을 통해 어떤 열감을 전달받을 수 있다. 마치 <이 짙은 어둠을 보라>에서 심지 끝에 자리했을 불의 실체인 듯한 이 촛불의 직접적인 재현을 두고 작가는 전처럼 돌려 말하는 법을 잊어버린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주목한 것은 그동안 우회하는 재현조차도 자신이 사회적인 참사들을 작업에서 다루는 일에 대한 근본적인 책임감과 무게를 토로해 온 김지영이 직접적인 촛불을 마주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붉은 시간>을 구상하는 단계에서 회화를 다룸으로써 자신에게 주어질 표현하는 행위에 대한 즐거움마저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붉은 시간>은 세월호를 비롯하여 김지영이 그동안 재난들을 다뤄온 일에 대한 이음표로써 스스로를 되새기는 행위이자 더 넓은 층위에서의 해석을 피하지 않겠다는 작가적인 다짐과 같이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김지영의 의도 안에서 촛불이란 더 이상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상징이 아닌 그저 그림의 대상, 즉 빛과 온기를 간직한 소재로 존재하게 된다.

    <빛과 숨의 온도>(2020)는 인천 바다에서 팽목항까지 서해안의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며 해가 지고 뜨는 바다의 모습을 담아낸 영상 작품이다. 김지영은 일곱 개의 항구에서 각각의 바다를 촬영하였고, 그 위로 사람의 숨소리와 최근 5년 간 자신이 기록한 팽목항의 파도와 풍경소리를 입혔다. 영상의 시선은 마치 한 사람이 우두커니 서서 바라본 바다의 모습처럼 의연하고, 파도의 규칙적인 움직임과 누군가 숨을 쉬고 있는 상태, 매일을 열고 닫는 빛이 만들어내는 붉고 푸른 색감들은 당연하면서도 특별한 ‘살아있음’에 대해 떠올리게 만든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어폰과 스마트폰을 통해 보는 사람 각자의 호흡과 조금 더 가까이 마주하기를 제안한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김지영은 자신의 작품 안에서 빛을 다루고 있다. 때로는 어슴푸레한 빛을 따라가면서, 때로는 실재보다 더 밝은 빛을 상상하면서, 때로는 현실의 빛을 직접 마주 보면서. 결코 선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미술의 언어로 말해져야만 하는 일이 있다고 김지영은 믿는다.[4] 그리고 그의 작업은 결국 미술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을 표현하는 일이었음을 상기시키는 것 같다. 이전의 작업들에서 그가 우회함으로써 조금이나마 남겨두었던 자신의 피난처를 스스로 없애 더욱 절박하게 그려진 <붉은 시간>.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 또한 작품의 붉은빛이 지닌 열감과 온기를 대면하여 바라보기를 권하고 싶다. 눈이 조금 뻐근해지더라도 말이다.

    [1] 국립현대미술관, 『젊은모색 2019: 액체 유리 바다』, 2019, p. 178.

    [2] 목정원, 「재현불가능한 것을 우회하는 재현들-리오타르와 랑시에르를 넘어서-」, 『예술과 미디어』 vol.18, no.2, 2019, pp. 121-136.

    [3] 일례로 <닫힌 창 너머의 바람>(2017-2018), 10p 왼편에는 “1953년 1월 9일, 살을 에는 추위, 바람이 많이 불겠다.”로, 오른편에는 “9일 오후 10시 20분께 부산 사하구 다대동 다대포 앞 해상에서 (중략) 창경호가 침몰하여 선장과 선원 3명, 중학생 2명, 군인 1명을 제외한 300여 명이 사망, 실종한 대참사가 일어났다.” 로 글을 열고 있다.

    [4] ‘선할 수 없음’은 김지영의 첫 프로젝트 <<선할 수 없는 노래>>(2015.3.6-3.27, 사무소 차고)의 제목에서 빌려온 것이다. 당시 작가가 직접 쓴 전시 서문에는 “고여만 가는 오늘을 위해 필요한 것은 선한 눈물의 무력함이 아닌, 이기적인 용기의 최선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라고 언급하고 있다.


    전시참여

    작가: 김지영

    기획: 최희승

    공간디자인: 아킨트

    그래픽디자인: 이예주

    사진: 이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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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영시간

    화~일요일 12:00~19:00

    월요일 및 설날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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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문의

    메일: wess.seou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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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스

    서울시 성북구 창경궁로 320(삼선동1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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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트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p/CJGZ7lFJkAx/

    웹사이트: http://wess.kr/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Wessseoul-103106994684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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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에 쓰인 모든 자료의 출처는 웨스 공식 매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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